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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의 전제 조건: 시작이 반이다

    많은 대중 앞에서 발표할 때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일을 더 잘 수행하도록 진화했을 것 같지만, 우리 몸은 오히려 중요한 순간일수록 더 긴장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몸이 위기라고 인식하면 일종의 ‘위기 경보’를 내린다. 이 경보가 울리면 몸은 짧은 시간 내에 평소와 다른 상태로 변화한다. 마치 화재 경보가 울리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피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위기 모드”에서는 교감신경이 흥분해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더 빠르게 뛰며, 근육에 피가 몰린다.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뇌와 소화기에서 사용하던 에너지까지 모두 끌어다 쓴다.

    문제는 위기 모드가 한 가지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류가 오랜 세월 겪어온 생존의 ‘위기’는 죽거나 죽이는 투쟁의 문제였다. 다른 위기 모드는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어떨까. 학교나 회사에서의 ‘위기’는 근육과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몸은 과거의 위기 모드를 발동시킨다.

    이제 중요한 순간에 긴장하고 머리가 하얘져 일을 망치는 경험을 이해할 수 있다. 머리로 해결해야 할 현대의 위기를 몸은 과거의 방식대로 대응하려고 한다. 머리에 에너지를 몰아줘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빼앗아간다. 그래서 갑자기 멍해진다.

    우리말에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는 말이 있다. 호랑이와 맞서 싸워 이기거나, 호랑이보다 빨리 달려 도망칠 수 있다면 몸의 방식이 더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호랑이를 육체의 힘으로 제압하거나 따돌리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꾀를 내야 한다.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지능을 발전시켜 자연에서 살아남았듯이 말이다. 그러니 몸에게 주도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일단 발동된 ‘위기 모드’를 해제하고 머리에 에너지를 돌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아마 몇 만 년 후에는 인류에게 제2의 위기 모드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몸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할 상황에 대비하는 위기 모드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기존 방식 속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은 명상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준다. 우선 명상에서 중요한 것은 ‘위기 모드’를 최대한 해제하고 ‘이완 모드’로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가시적인 위험이 없어도 위기 모드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먼저 명상을 하는 지금 이 순간, “어떤 위험도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현실과 단절된, 동떨어진 시간과 공간이라고 가정해도 좋다. 그리하여 평소에 습관처럼 켜져 있는 ‘위기 모드’를 꺼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위기 모드가 해제되었다는 신호를 몸에 주어야 한다. 몸의 긴장을 풀고 호흡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심장 박동이나 혈류량은 조절할 방법이 없으니, 특별히 긴장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면 힘을 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같은 방식으로 시간을 두고 호흡을 천천히 가라앉혀야 한다. 긴장이 풀리고 호흡이 느려지면 몸은 위기 모드가 해제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이미 내려졌던 위기 모드가 해제되면, 지금 여기는 위험이 없는 곳이므로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많은 명상 지침에서 명상 전에 몸과 마음을 이완하라고 하곤 한다. 이를 명상의 준비 과정이라고 말하며 빠르게 지나가지만, 어쩌면 이 과정이 명상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단계일지도 모른다. 위기 모드가 잘 해제되지 않거나 명상을 하는 곳에서도 스트레스를 느껴 다시 위기 모드로 진입한다면, 명상을 잘 이어가기 어렵다.

    이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허버트 벤슨의 이완 반응 The Relaxation Response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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