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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추출해보자 Drip Brewing filter Whatever

    필터로 커피 추출하는 레시피와 방법이 너무 많다. 매우 혼란스럽다. 그 많은 레시피를 기억할 수도 없다. 또 기억해도 응용할 수 없다. 내 것으로 소화해서 응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름의 틀을 만들어 정리해 보았다. 미래의 나를 위한 글이다.

    배경

    우선, 필터 추출 방법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커피 맛의 대부분은 커피 원두의 품질과 로스팅에서 비롯된다. 대략 맛의 60%는 커피 원두, 30%는 로스팅에서 결정되며, 마지막 10% 정도가 추출 단계에서 결정된다. 특별한 기교 없이 그냥 뜨거운 물을 부어도 커피는 맛을 낸다. 하지만 커피 원두가 좋지 않거나, 로스팅에 실패한 원두를 추출 방법으로 되살려낼 수는 없다.

    같은 로스팅 원두라도 추출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정도 품질이 보장된 원두와 잘 로스팅된 원두라면 어떻게 추출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일단 잘 로스팅 된 좋은 원두를 마련하자.

    개념

    수율

    커피 추출이라는 말은 결국 커피 원두에서 무언가를 뽑아낸다는 의미이다. 용질은 ‘커피 속의 어떤 것’이고, 용매는 ‘물’이다.

    중요한 개념은 ‘수율’이다. 즉, 동일한 커피에서 얼마만큼의 물질을 물에 녹여낼 수 있느냐. 동일한 커피의 양과 물의 양을 사용했을 때 수율이 낮으면 커피는 연해지고 수율이 높으면 커피는 진해진다. 하지만 커피 ‘농도’와는 다르다. 물의 양을 조절하면 농도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그렇다면 “커피 원두와 물을 어떻게 상호 작용시켜서 얼마의 수율을 만들어낼 것인가?”가 추출 방법의 전부인 셈이다. 묵직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수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밝은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수율을 낮추는 방법을 쓰면 된다.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커피 원두의 종류, 로스팅 정도, 분쇄도, 추출 물의 온도와 양, 추출 시간 등이 있다.

    수율의 조절

    대략적인 가이드는 다음과 같다. 기준점을 기억해 두고, 원두의 로스팅 상태(강배전과 약배전)에 따라서 응용하면 쉽다.

    강배전 원두 (검은빛 위주)

    약배전 원두 (갈색빛이 돌아야 함)

    ‘조금’이라는 점에 유의하자. 중립 상태로 추출했을 때, 강배전은 진하다 못해 쓰게 되고, 약배전은 연하다 못해 밍밍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강배전을 쓰면서 연하고 밝게 추출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마시고 싶다면 약배전 원두를 찾아야 한다. 원두와 로스팅의 한계를 추출로 극복할 수 없다.

    추출 방법과 분쇄도에 대해 조금 부연해 둔다. “분쇄도” 측면에서, “물빠짐”과 “수율”은 서로 상충(trade off) 관계에 있다. 강배전의 경우 물빠짐 측면에서는 분쇄도를 곱게 해서 물빠짐을 억제해야 유리하지만, 수율 측면에서는 분쇄도를 성글게 해야 과잉 추출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양자가 서로 상충하기 때문에, 분쇄도에는 적절한 타협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약배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이런 상충 때문에 분쇄도를 성글게 하면서 물빠짐을 억제하는 방법이나, 분쇄도를 곱게 하면서 물빠짐을 빠르게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전자가 “하리오 스위치” 같은 추출 도구라면, 후자는 “에어로프레스” 같은 것이다. 맥락은 좀 다르지만, 에스프레소의 경우도 분쇄도와 물빠짐의 상충 문제를 압력을 이용해 극복한 극단적인 추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이드

    로스팅 정도에 따른 대략적인 가이드는 다음과 같다.

     강배전기준점약배전
    목표 수율낮추자 높이자
    원두:용량20g17g15g
    원두:분쇄도성글게 곱게
    물:온도88℃92℃96℃
    추출시간지연시킴 촉진시킴

    추출하는 물의 양은 언제나 250g(250㎖)이다. 물과 원두의 비율은 물이 아니라 원두의 양으로 조절하자. 이렇게 하면 어떤 종류의 원두건 최종 커피 양을 일정하게 할 수 있다. 아울러 물 붓기 방법을 단순화 시킬 수 있다.

    물 붓기 기본

    물 붓기는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다. 정말 “여러 가지”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50g × 5set라고 기억해 두자. 본래는 원두 용량 × 3배 × 5set인데, 기준 원두 용량이 17g이므로 원두 용량 × 3배가 약 50g이 된다.

    물 붓기 간격은 물빠짐 속도에 달려 있지만 대략 30초에서 40초라고 생각하자.

    이제 짝을 지을 차례다.

    1. 50g / 50g / 50g / 50g / 50g
    2. 50g / 50g / 50g / 50g 50g
    3. 50g / 50g / 50g 50g 50g
    4. 50g / 50g 50g 50g 50g
    5. 50g / 50g 50g / 50g 50g

    모두 처음 1회차 50g은 뜸 들이기의 의미이다.

    1번은 뜸을 들인 다음, 50g을 4차례 나누어 붓는 방식이다. 이 방법으로 유명한 레시피가 테츠 카츠야의 4:6 레시피이다. 참고로 오리지날 4:6 레시피에서는 1세트 마다 45초 간격을 두고 물 60g를 붓는다. 물이 모두 빠진 뒤에 다음 세트가 시작되므로 45초 내에 60g의 물이 모두 내려가야 한다. 여기서는 50g을 사용했으므로 35초 정도로 하면 된다. ☞ 기성 레시피: 테츠 카츠야 4:6 레시피

    초기 추출에서 맛의 대부분이 결정되므로, 후반부 추출은 물의 양을 합쳐볼 수 있다. 2번은 후반부 2회를 통합한 방법이고, 3번은 후반부 3회를 통합한 방법이다.

    4번은 뜸 들이기 이후를 모두 통합한 방법이다. 일종의 연속 추출 같은 개념이다. 푸어오버나 센터푸어 같이 물을 붓는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래 ‘물 붓기 응용’을 참고하자.

    5번은 뜸을 들인 다음, 100g씩 2차례 나누어 붓는 방식이다. 쉽고 무난한 방식이다.

    커피에서 맛의 대부분은 전반부 추출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과감하게 후반부 추출을 생략해도 된다. 예를 들어 5번과 같이 하면서 후반부 추출 50g + 50g을 생략할 수 있다. 즉, 1회차(뜸들이기), 2회차, 3회차만으로 추출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경우, 물을 150g 쓰게 된다. 추출이 완료되면 물을 적당량 추가해서 마시자. ☞ 기성 레시피

    물 붓기 응용

    나누어 붓는 차수 마다 물 붓는 방법이나 물 온도를 다르게 응용해보자.

    물 붓기는 크게 “써클푸어”와 “센터푸어” 방식이 있다. 이를 각 회차에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번의 경우, 1차(뜸들이기) 써클푸어, 2차 센터푸어, 3차 써클푸어, 4차 센터푸어, 5차 써클푸어 같이 말이다. 아무래도 뜸을 들일 때 센터푸어를 쓰기 어려우니 써클푸어로 시작하게 된다.

    2번∼5번 방법과 같이 후반부 추출을 통합한 경우, 후반부 추출에서 써야할 물의 양이 많아진다. 이 때 다양한 변형을 시도해 보자.

    먼저 센터푸어를 응용한 방식이다. 후반부 추출에서 물을 한 번에 모두 넣고 빠지기를 기다리는 방법도 있고, 선터푸어를 쓰면서 물이 어느 정도 수위를 형성하면 물을 부어주는 속도와 물이 빠져가나는 속도를 유사하게 조절하여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면서 추출하는 방법도 있다.

    후반부 물 붓기에 침지법을 적용해도 된다. 하리오 스위치를 이용해서 통합한 후반부 추출에서 침지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2회차에 수율을 높인다는 의미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물 온도이다. 후반부 추출을 할 때 물 온도를 낮추어 과추출을 막는 전략이다. 이때는 처음 추출 물 온도에서 20℃ 낮춘다고 생각하자.

    만약 2번과 같이 하되, 하리오 스위치를 써서 1회차 50g 침지법, 2회차 50g 투과법, 3회차 50g 투과법, 후반부 100g에는 침지법과 물 온도 조절을 적용하면 어떨까. 즉, 후반부 추출을 할 때 스위치를 올려 물이 빠지지 않게 한 상태에서 20℃ 낮은 물을 붓고 잠깐 기다린 뒤 물을 빼내는 것이다. ☞ 기성 레시피: 테츠 카츠야의 2025년 뉴 하이브리드 레시피(참고)

    3번과 같이 하되, 하리오 스위치를 써서 1회차 50g과 2회차 50g에는 보통처럼 투과법을 쓰고, 후반부 150g에는 침지법과 물 온도 조절까지 적용할 수 있다. ☞ 기성 레시피: 테츠 카츠야의 2023년 하이브리드 레시피(aka 악마의 레시피, 참고)

    참고로 침지법을 쓸 때 물 붓기와 침지를 합쳐 30초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즉, 물을 막고(스위치 닫기) 물을 붓기 시작해서 30초가 되면 물을 빼낸다(스위치 열기). 물이 빠져나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 수 있기 때문에 침지 시간에 욕심을 내면 자칫 과추출이 될 수 있다.

    마무리

    이렇게 250g의 물을 사용하면, 약 210g 정도의 커피가 추출되어 나온다. 커피 원두가 자기 무게의 약 2∼3배 정도의 물을 머금기 때문이다.

    그대로 마셔도 좋지만, 맹물을 추가하여 250g을 만들어 마시기를 권한다. 커피 원두가 머금은 물 만큼 추가하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각자의 기호에 따라 연하면 물을 넣지 말고, 진하면 물을 더 넣는다.

    커피는 마시는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너무 뜨거울 때 보다 차라리 약간 식었을 때 맛이 더 잘 느껴진다. 그래서 추가하는 물은 상온의 물을 그대로 넣어도 좋다.

    Hotfix

    커피를 추출 했는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추출할 때 여러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추출 방법 수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몇 가지 전형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본다.

    우선 맛이 크게 어긋났다면 추출하는 물의 온도, 그 다음 분쇄도 순서로 조절해보자. 미세 조정은 다른 변수들을 조정하자.

    맛이 너무 쓰고 독하게 느껴진다면? 과잉 추출된 것이다.

    맛이 너무 밍밍하게 느껴진다면? 과소 추출된 것이다.

    다른 접근

    커피 추출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고정 관념을 버리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자. 여기서는 몇 가지 다른 접근 방법을 소개한다.

    완전 침출식 추출 방법

    완전 침출식 추출 방법은 추출 전 과정을 모두 침출식으로 진행하는 방법이다. 즉, 물에 커피를 담가 추출하는 방식이다. 커피 추출이 주로 확산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커피 맛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클레버나 하리오스위치 같이 침출이 가능한 도구가 필요하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커피에 물을 붓고 일정 시간 기다린 뒤에 물을 빼내는 방법이다. 이 자체로도 커피 맛에 변화가 나타난다. ☞ 기성레시피: 센터커피 with 클레버

    침출식 추출 방법의 묘미는 물을 먼저 붓고 커피를 넣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의 방법을 뒤집어 침출 드리퍼에 물을 먼저 넣고 분쇄한 커피를 넣은 뒤, 일정 시간 기다린 후 물을 빼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매우 쉽고 커피 맛도 상당히 좋을 뿐 아니라 재현성도 높다. 침출 도구가 있다면 꼭 해보자. ☞ 기성레시피: 용챔 with 하리오스위치

    경험담

    몇 가지 경험을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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